[취재수첩] 일회용 컵보증제 촌극 자초한 환경부

입력 2022-05-22 17:40   수정 2022-05-22 23:59

“카페에서 한 시간만 일해봤다면 이런 정책은 못 내놨을 겁니다.” “힘 없고 돈 없는 자영업자만 힘들게 하네요.”

22일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인터넷 게시판은 자영업자들의 이 같은 성토 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환경부가 다음달 시행하기로 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에 대한 집단반발이었다. 환경부가 여론 악화로 지난 20일 부랴부랴 6개월 시행 유예를 결정했지만 자영업자들은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플라스틱 용기 등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구매할 때 보증금을 맡기는 제도다.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300원을 음료값과 함께 추가로 결제한 뒤 컵을 반납할 때 돌려받는다.

환경부는 전국에 점포 100개 이상을 운영하는 105개 브랜드의 전국 3만8000여 개 매장을 제도 시행 대상으로 삼았다. 보증금 반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라벨의 구입과 부착, 반환 컵 수거 및 보관, 300원 반환 등 모든 업무와 비용을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떠안는 구조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규모가 큰 기업이라고 해도 가맹점주들은 소상공인이다. 1인 카페도 적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회복을 갓 꿈꾸던 소상공인들에게 이번 보증금제는 버거웠다. 가맹점주들의 고통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환경부는 제도 시행 직전까지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홍보도 부족했다. 2020년 6월 보증금제 시행이 확정됐지만, 그 후 약 2년간 대국민 홍보는 거의 없었다. 시행 3개월 전에서야 전국 설명회를 시작했고 지난 5일 한 차례 시연회를 했을 뿐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갑작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시행 유예를 결정한 시점도 한참 늦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라벨 배송 기간을 감안해 이미 법시행 3주 전인 지난 18일 전후로 가맹점주들에게 라벨 주문을 지시했다. 보증금관리센터에는 라벨 비용의 입금을 완료한 가맹점주들의 환불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행정력 낭비까지 불러온 셈이다.

일회용품 폐기물 감축이라는 보증금제의 취지에는 공감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제도 유예를 요청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도 “보증금제는 순환 경제 및 탄소 중립 추진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부합한다”며 제도 폐지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시행 유예가 보증금제 시행 시기만 연기한 것이라면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번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국회와 정부가 남은 기간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법 개정을 포함한 전반적인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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